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문단 편집) === 1부 === * 그르누이의 어머니 주인공인 그르누이의 친모. 본래 파리의 페르 거리에서 [[생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이며 외모도 아름다운 편이다. 그러나 그 때문인지 결혼하지 않았음에도 수차례 [[임신]]을 하고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몰래 쓰레기더미에 방치해 죽여버렸다. 저녁때쯤이면 아기들은 이미 죽어서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쓸려나갔고, 그렇게 버린 [[사생아]]가 4명. 삶의 목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수공업자와 정식으로 결혼하고 존경할 만한 부인이 되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그러던 1738년 7월 17일, 평소처럼 [[생선]]을 손질하던 중 갑작스런 진통을 느끼면서 5번째 아이인 주인공 그르누이를 낳는다. 이전의 4명처럼[* 즉 이전에 영아 살해만 4번. 아이를 낳을 때도 능숙하게 탯줄을 잘라버린다.] 아이를 낳은 직후에 식칼로 탯줄을 잘라내고는 그대로 생선 찌꺼기 더미에 묻어버렸으나, 통증으로 잠시 기절한다.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괜찮다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다시 장사를 하려 했으나, 때마침 그르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아이를 버린 사실이 발각된다. 이후 그르누이는 사람들에게 구출되어 고아원에 보내졌고, 그르누이의 어머니는 수차례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던 사실이 들통나는 바람에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참수형]]을 당한다. 영화에서는 묘사가 순화되어 낳는 애들마다 금방 죽었다고 하며 사형도 [[교수형]]으로 변경.[* 하지만 더러운 곳에서 험한 일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이미 통풍과 매독, 가벼운 폐결핵이라는 여러 병을 앓고 있었기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오래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 * 잔 뷔시(Jeanne Bussie) 생 드니 거리의 [[유모]]. 테리에 신부에게 고용되어 그르누이를 맡아 키우게 되었으나, 몇 주 만에 도저히 그를 키울 수 없다며 돌려주러 왔다. 그 까닭은 그녀가 유모 일을 하면서 젖을 먹여준 아기들은 하나같이 좋은 체취를 가지고 있는데 그르누이만큼은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잔 뷔시는 그르누이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불길한 느낌을 받고는 두려움과 혐오감을 갖게 된다. 영화에서는 테리에 신부와 함께 잘렸다. [[모성애]]적 체취를 가지고 있다 하며, 아이들을 사랑하며 애정으로 돌보는 듯하다. ---- * 테리에 신부(Father Terrier) 고아가 된 그르누이의 양육을 담당하게 된 생 마리 [[수도원]]의 신부. 구호기금으로 빈민들을 복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데, 귀찮은 일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다정다감하고 교양 있는 사람이다. 그르누이의 회상으론 체취가 시큼했다고 한다. 그르누이를 유모인 잔 뷔시에게 맡겼으나, 잔 뷔시가 돌아와서 그르누이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주장하자 그 말을 우매한 아녀자가 떠드는 미신 정도로 일축하고는 해고해버린다. 이후 젖먹이 그르누이를 돌보며 자신이 신부가 되지 않았다면 수공업자가 되어 이런 아이를 낳고 살았을 것이라는 공상하던 중, 동물적인 후각과 냄새 맡는 행위에 강하게 집착하는 그르누이의 모습을 보고는 평범한 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 역시 잔 뷔시처럼 그르누이에게 원초적인 깊은 혐오감을 느끼고는 그르누이를 최대한 멀리 데려가 또다른 유모인 가야르 부인에게 맡긴다. 테리에 신부의 판단이 그르누이에게 해가 되진 않았다. 테리에 신부가 떠넘긴 가야르 밑이 아니었다면 그르누이는 살아남지 못했으리라고 한다. 이후의 행적은 불명. 잔 뷔시와 함께 해를 입지 않은 운 좋은 케이스로 여겨지지만, 꼬박꼬박 양육비를 보내오다가 그르누이가 7세가 될 무렵 별다른 통보 없이 갑자기 중지되었다는 구절이 나오고, 이것이 신부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작중에서 그르누이를 이용했던 사람들은 전부 비참하게 죽어나가는 모습이 제법 자세하게 나오는데, 테리에 신부는 그 이후 근황이 전혀 나오지 않는지라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도 그저 노환으로 사망한 것 정도일 가능성도 있다. 18세기 유럽의 평균 수명이 45세인 것을 감안하면, 갓난 그르누이를 처음 보았을 때 이미 50대였던 테리에 신부는 그르누이가 7세가 될 무렵쯤에는 적게 잡아도 60에 가까웠을 테니 그때 죽었어도 충분히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였다. 영화에서는 잔 뷔시와 함께 잘렸다. ---- * 가야르 부인(Madame Gaillard) 테리에 신부가 그르누이를 떠넘긴 유모로, 샤론느 거리에 살고 있는 20대의 젊은 과부이다. 그르누이가 소년이 될 때까지 보살핀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휘두른 부지깽이에 이마를 잘못 맞는 바람에 [[후각]]을 상실했는데, 이 때문에 감정 또한 잃었다. 그에 걸맞게 굉장히 냉철한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공정함을 유지하는 독특한 인물이다. 돈만 낸다면 나이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어떤 아이든지 맡아주며, 절대 [[편애]]하지도 [[학대]]하지도 않는다. 양육비의 절반은 자신이 갖고 절반으로 아이들을 기르는데, 경기가 좋아도 절대 그 이상의 몫을 가지지 않는 반면 아무리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이상 써주지도 않는다. 그 덕분에 가야르 부인이 맡은 아이들의 사망률은 그 일대에서 가장 낮았고[* 물론 조금만 더 돈을 쓰면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도 한 푼도 안 쓰는 냉혹한 성격이니 절대 선인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아이들의 몫을 엄격히 구분하여 그들을 위해 쓰기는 하는 셈이다.], 후각이 마비되어 그르누이의 이상함도 알지 못했다. 그르누이가 그녀에게 맡겨지지 않았으면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이유. 다만 점차 그르누이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으며,[* 예를 들어 상한 음식을 정확하게 골라내고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어두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밤에도 물건을 척척 잘 찾아오며, 결정적으로 자신이 지나치게 잘 숨겨두어서 찾지 못하던 돈을 그르누이가 순식간에 찾아준 일도 있었다.] 잔 뷔시와 테리에 신부가 그랬던 것처럼 그르누이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게 된다. 후각이 없기 때문에 그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젖먹이였던 그르누이가 7세가 된 지 얼마 후, 테리에 신부의 수도원에서 보내던 양육비가 별 통보도 없이 갑작스럽게 끊기자, 가야르 부인은 늘 해왔던 대로 딱 1주일만 더 기다렸다. 그러고는 그르누이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악한 무두장이인 그리말에게 일꾼으로 팔아버린다. 과거에 남편이 공동병원에서 죽은 것이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자신은 충분한 돈을 벌어서 집을 1채 구한 후 세를 받아먹으며 노후를 보내다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일 없이 조용히 임종을 맞이하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노파가 된 후에는 평생동안 악착같이 긁어 모은 재산으로 소원대로 [[건물주]]가 되어서 그럭저럭 모자람 없는 노년을 보낸다. 그르누이가 죽은 뒤에도 한참을 더 살 정도로 매우 장수하였는데, 그것이 되려 불행이 되었다.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하게 되면서 닥쳐온 [[인플레이션]]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집과 재산을 모두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노환에 시달려 공동 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최후에는 남편이 죽은 바로 그 병원의 똑같은 방에서, 얼굴조차 모르는 수십 명의 병에 걸린 빈민들에 둘러싸인 채 누워있다가 종양이 목구멍까지 가득 퍼져 말 한 마디 못하는 상태로 지내다가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개인이 아무리 죽어라 노력하며 조용히 살아도 거대한 사회의 흐름엔 속절없이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물. [[향년]] 92세로, '좀 더 일찍 죽었다면 그 정도로 비참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라는 뉘앙스로 해설이 첨부된다. 그르누이와 엮이면 언젠가는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는 법칙의 마지막 희생자.(죽은 순서 기준. 그르누이와 만난 순서로 따진다면 첫 번째.) 그르누이와 엮어 비참해진 다른 인물들이 '죽음'으로 비참해졌다면 반대로 '너무 오래 살아서' 비참해졌는데, 다른 인물들이 그르누이의 재능을 '이용'했다면 가야르 부인은 그 재능을 두려워해서 버리기 위해 죽을 것이 거의 확실한 무두장이에에게 팔아 넘겼다는, 즉 그 재능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을까봐 그르누이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버렸다는 차이점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이런 가야르의 길고 장황한 최후를 묘사하기 어려웠기 때문인지 그대로 재현되지 못하고, 처음부터 노파로 나오며 그리말에게 그르누이를 팔아넘기고 귀가하던 중에 강도를 만나 허무하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각색되었다.[* 영화에서는 그르누이가 넘겨지고 다시 가야르 쪽으로 장면이 넘어가며 강도를 당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리고...7프랑에 애를 넘긴 여자는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라는 인생무상스러운 나레이션이 나온다.] 심지어 목을 베이고도 한동안 살아서 쌕쌕거렸다(!). ---- * 그리말(Grimal) 가야르 부인에 이어 그르누이를 맡게 된 모르텔르리의 무두장이.[* 짐승의 날가죽에서 털과 기름을 뽑아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성격은 매우 거칠고 포악하다. 무두질 공장의 매우 가혹하고 열악한 환경 때문에 평범한 인부들을 돈 주고 고용하기는 엄두도 내지 못하므로, 언제 어떻게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천애[[고아]]들을 [[인신매매]]로 사들여서 노예처럼 부려먹는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대부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병에 걸려 죽어갔다. 그르누이는 첫 대면 때에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는 이 작자가 말 한마디 어기는 순간 얼마든지 자신을 때려죽일 사람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후 그가 시키는 대로 가축처럼 열심히 일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르누이 또한 다른 고아들과 마찬가지로 죽든 말든 상관없는 소모품으로 취급하였으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끈기 있게 일을 잘하는 데다가 무두장이들이 걸리는 병도 한번쯤 앓고는 면역이 되어 걸리지 않게 되자 그를 매우 유용한 일꾼으로 여기고는 대우해주기 시작한다. 물론 기껏해야 푹 잘 수 있는 잠자리를 따로 마련해주거나 약간의 휴식 시간을 주는 등 '가축으로서' 더 오래 쓰일 수 있게 하는 정도지만 말이다. 다른 아이들은 픽픽 죽어나갔으므로 기술을 배울 정도로 오래 살아남지 못해 사실상 유일한 도제가 된다. 영화에서는 발디니를 만날 때까지 무려 5년이나 별 탈 없이 버텼다고 나온다. 이후 향수 제조인 주세페 발디니가 그르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는 제법 많은 돈을 주고 그를 데려가겠다고 제안하자 군말 없이 승낙한다. 그리말 자신은 횡재했다고 생각하고는 주점에 들어가 그 돈으로 실컷 술을 퍼마셨으나, 만취한 상태로 귀가하던 중 다리 위에서 고꾸라져 그대로 익사하고 말았다. 영화판에서는 이를 두고 '돈 냄새만 맡아보고 저승길로 갔다'는, 호쾌한(?) 내레이션이 들어갔다. ---- * 마레 거리의 소녀 이름 모를 소녀로, 그르누이가 죽인 최초의 사람. 당시 그르누이는 고작 '''15세'''였다. 불꽃놀이를 보러[* 사실 정확히는 '뭔가 특별한 냄새가 있나 싶어서' 나온 것뿐이었다. 그르누이에게 시각적 아름다움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불꽃놀이 자체는 고개 한 번 들어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저 냄새가 화약 냄새뿐인 걸로 실망만 했다.] 나왔다가 그녀의 체취를 감지한 그르누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던 놀랍도록 아름다운 향기에 감탄했고, 필사적으로 향기의 근원인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는 [[자두]] 씨를 빼는 일을 하고 있다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돌아봤다가 그르누이를 보는 순간 목을 졸려 죽어버렸다. 그르누이는 그녀의 시신에서 향기를 최대한 들이마신 뒤 도주한다. 그날 밤에 그르누이는 태어나서 최초로 행복이란 것을 느꼈고, 자신의 삶의 목적을 깨달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향수 제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소설의 독특한 설정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저마다 향기를 지니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외모로 칭송받는 사람은 실상은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향기가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즉 미인의 아름다움의 근원은 바로 향기였던 셈. 그르누이는 작중에서 이 비밀을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이었으나 이 때문에 냄새를 소유하겠다는 욕망을 지니게 되었으며 무자비한 [[연쇄살인마]]가 된다. 그르누이의 첫 희생자라는 것 외엔 별 비중이 없는 캐릭터이지만 그르누이에게 끼친 영향은 막대했다. 그르누이는 자신의 기억 속에 차려 둔 향기의 궁전에서 그녀의 냄새를 가장 중요한 보물로 여겼고, 그녀의 냄새는 궁극의 향수의 메인 재료인 로르 리쉬에 필적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판에선 엔딩에서 그르누이가 그녀가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상상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추가되어 일종의 수미상관적 역할을 한다. ---- * 주세페 발디니(Giuseppe Baldini) 파리의 늙은 향수 제조인. 이탈리아 출신으로 성격은 상당히 보수적이고 완고하다. 한때는 제법 유명한 장인이었으나, 지금은 새롭게 떠오른 신예인 펠리시에에게 밀려 망해가는 퇴물에 불과하다. 사실 그가 만들어낸 향수 중에 크게 히트친 것들도 자신이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전수받았거나 비법을 비밀리에 사들인 것뿐이었다. 이 때문에 작중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펠리시에의 향수를 분석해서 베껴보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결국 진지하게 은퇴를 하고는 가산을 모두 정리해서 아내와 함께 낙향할 마음을 품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이대로 계획을 진행했으면 어쩌면 꽤 편안한 노후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연히 그리말에게 주문했던 가죽을 가지고 심부름을 온 그르누이와 만난 뒤, 그르누이가 자신을 향수제조인으로 만들어달라는 애원을 하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그르누이를 좀 모자란 애송이 정도로 여기고는 무시했으나 곧 그의 엄청난 재능을 알아보고는 그리말에게 돈을 주고 그를 사온다. 그리하여 그르누이는 발디니의 도제가 되어 그의 밑에서 증기법을 이용한 향수 제조법을 배우며 도제 과정을 밟는다. 이후 발디니는 그르누이의 뛰어난 재능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흠뻑 빠질 법한 뛰어난 향수를 수차례 만들어냈고,[* 물론 실제로는 전부 그르누이가 만든 것이며, 발디니는 그 곁에서 향수를 제조하는 공식을 기록하거나, 그에게 향수 제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을 전수해주었을 뿐이다.] 그로 인하여 늘그막에 엄청난 부와 명성을 거머쥐게 된다. 그 자신은 그르누이의 재능을 훔쳐서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품기도 하지만, 고뇌 끝에 결국 그 모든 것이 신이 자신에게 내려준 은총이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한다. 이후 그르누이는 자신이 원하는 향수 제조법, 즉 증기법보다 한층 더 정교한 냉침법[* 그르누이는 단순히 꽃에서 추출한 항료나 에센스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돌 따위의 온갖 물건, 나아가 살아있는 생물이 지닌 냄새를 훔쳐오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을 배우기 위해서는 [[프랑스]] 남부의 도시인 [[그라스(알프마리팀)|그라스]]로 가야 된다는 것을 깨닫고 도제 증명서를 받아들고 결국 그를 떠난다. 발디니 또한 그르누이의 비법을 훔쳐서 성공했다는 점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왔던 데다가, 이미 그르누이에게서 앞으로 몇 대는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여러 가지 향수 제조법을 빼냈기에[* 떠나보내면서 조건을 달았다. 첫째로 발디니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 만든 향수는 이후에 다시 만들지 말고, 둘째로 발디니 생전에 파리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고 셋째론 앞의 조건들을 모두 비밀로 하라는 것. 다만 그르누이 입장에서는 이미 냄새로 속속들이 다 아는 파리에 다시 올 생각도 전혀 없고 그에게 만들어준 향수들도 얼마든지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는 하찮은 것들이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흔쾌히 그를 보내준다. 그러나 그르누이가 떠난 그날 밤, 잠자던 중에 집이 갑작스레 다리와 함께 무너져버리는 바람에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작중에서 발디니가 사는 집은 향수 가게를 겸하는 큰 저택으로서 다리 위에 지었다고 나온다.(실제로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런 식으로 다리 위에 지은 건물이 많았는데, 건물의 무게가 다리를 더 튼튼하게 해줄 거라고 믿어서였다고.) 그런데 다리가 낡은 탓에 온갖 향수 재료로 들어찬 무거운 집의 무게를 더 버티지 못하고 폭싹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셰니에와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을 때 다리가 무너졌기 때문에 사고로 죽은 사람은 발디니와 그 아내뿐이었다. 영화에서는 집이 불안정함을 강조하기 위해선지 그르누이가 들어온 첫날부터 집이 흔들리는 장면을 복선으로 넣어줬다. 하지만 발디니는 자주 있는 일이라며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작중에서도 특히 눈에 띌 정도로 입체적인 인물. 그르누이를 제외하자면 이만큼 비중이 큰 인물도 없으며, 어찌보면 1부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이다. 특히 처음에 자신이 늙어서 더이상 향수 제조인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은 그 묘사가 절실하면서도 강렬하다. 나름 독실한 기독교도이자 양심 있는 장인이라는 완고한 자부심을 지녔지만,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를 철저하게 저버리고 또 그러고도 이를 신의 뜻이라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위선자]]의 면모도 있다. 그르누이에게는 증기를 이용해 향수를 제조하는 기술과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상식, 향수 제조인으로서 기초적인 지식을 전수해준 스승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착취해서 막대한 돈을 챙긴 악덕 고용주이기도 하다. ---- * 셰니에(Chénier) 발디니의 도제. 도제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향수 제조를 돕는다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항상 가게 카운터를 담당할 뿐이다. 발디니보다 약간 젊지만 그 역시 늙은이다. 첫 등장시에는 늙어서 퇴물이 된 발디니와 곧 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향수가게를 마음 속으로 동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후에 발디니가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소년인 그르누이를 데려와 도제로 삼은 후 갑자기 엄청난 성공을 연이어 거두는 기적을 목격하지만, 그만큼 일감이 늘어나서 바빠졌기 때문에 그르누이가 그 성공의 배후에 있다는 점은 끝까지 모른다. 발디니 사후에 자신이 유산 상속인으로 지명되리라 기대를 품었지만, 그르누이가 떠난 직후에 다리 위의 집이 붕괴되는 바람에 발디니의 목숨은 물론 모든 재산과 향수 제조법, 유언장 등도 함께 강물 속으로 사라져버리며 모든 것을 잃자 허탈감을 견디지 못하고 신경쇠약에 걸린다. ---- * 앙투안 펠리시에(Antoine Pélissier) 그르누이로 인해 발디니가 대성공하기 이전에 파리에서 가장 유명했던 향수 제조인. 작중에서는 직접 등장하지 않고 발디니 등에 의해서만 간간히 언급된다.[* 영화판에서는 가죽을 배달하러 가던 그르누이가 한 향수 가게를 스쳐 지나가는데, 신제품 샘플을 시향시켜 주는 주인에게 손님이 "펠리시에 씨, 정말 대단하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짧게 지나간다.] 발디니의 언급에 따르면 본래 식료품업자였으며, 수공업자 조합에서 도제와 장인을 거쳐 승진하는 전통적인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특출난 후각만으로 성공한 사람인 듯하다. 그래서 보수적인 발디니는 그를 몹시 미워하고 질투하고 있었다. 초인적인 후각을 지닌 그르누이와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향수 제조인으로서의 실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그의 걸작인 "사랑과 영혼"이라는 향수는 그르누이가 처음 발디니를 찾아갔을 때만 하더라도 파리 시내에서 쓰지 않는 곳이 드물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다만 그르누이는 감귤향과 로즈마리는 너무 많고 장미유는 너무 적어서 좋은 향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르누이가 후각만으로 이 향수를 복제해내고 같은 재료의 비율을 재조합해 더 좋은 향수를 만들어내자, 그전까지 그를 미친 놈 취급하던 발디니가 데꿀멍하는 파트의 묘사가 일품. 그르누이 덕에 발디니가 유명해진 이후엔 더이상 언급되지 않는다. 아마 그르누이가 있는 동안은 신세가 완전히 역전됐겠지만 그 직후 발디니가 죽었으니 미래는 밝을 듯.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